한 여름 밤의 고스트 러버 2 한 여름 밤의 고스트 러버





bgm : HARO Love Rain



다시 금요일이 되었다. 태풍은 지났지만 장마는 여전했다. 준면은 새벽시장에서 꽃을 사와 다듬었다. 장미는 가시가 많아 언제나 조심해야 했다. 비는 계속해서 뿌려대고 라디오에선 비오는 날에 어울리는 노래들을 틀어주었다. 꽃다발을 만들기 위해 준면은 고개를 숙였는데, 숙일때마다 앞머리에 가려 시야가 답답했다. 몸을 일으켜 의자에 잠시 기댔다. 준면은 자기 머리카락을 손가락을 들어올려 바라보며 머리한 지 꽤 되었구나 생각했다.

머리하러 가야겠다.



 오늘 주문받은 꽃다발과 꽃바구니가 5개였다. 작은 사이즈가 아니라 시간이 부족할 듯 싶었다. "부지런히 해야겠는데,," 준면은 카운터 옆에 선반으로 가 손을 뒤적거려 핀을 찾았다. "찾았다." 하늘색 실핀이었다. 검은색은 어디 없나?.. 다 보아도 이것뿐이었다. 어쩔 수 없지. 준면은 앞머리를 오른쪽으로 넘겨 핀을 찔렀다. 거울을 보니 좀 여자애들 머리같기도 했는데 그냥저냥 괜찮아보였다. 준면은 다시 자리에 앉아 꽃다발을 만들었다. 그렇게 주문 받은 것들을 만들어 배달을 보내고중간 중간 오는 손님들을 받다보니 어느덧 저녁시간이었다. 이쯤 되면 오는 사람을 위해 준면은 미리 꽃다발을 만들어두었다. 만약에 그가 오지 않으면 그냥 본인을 위해 선물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하면서. 



" 어서오세요."

"네. 준면씨 안녕하세요. 어? 준면씨 머리에 핀 찔렀어요?"

"아 맞다!!"


준면은 놀라서 황급히 머리핀을 빼고 "머리가 너무 길어서요." 하고 대답했다. 그리고 준면은 작약과 생강초, 아킬레아, 수레국화 등 흔치않은 꽃들로 정성들여 만든 꽃다발을 내밀었다.


"우와.. 미리 만들어둔거에요?"

"네. 지훈씨 오실 것 같아서요."

"제 이름 기억하시네요. 영광이네요."

"영광이라뇨. 지훈씨야말로 제 이름 기억해주셔서 감사해요."

"별말씀을. 그럼 또 봐요. 참, 그리고 아까 그 머리핀 잘어울렸어요 "


그렇게 지훈이 나가고 준면은 웃음이 났다. 매주 이렇게 보니 친한 사이처럼 느껴졌다. 약속을 잡고 만나는 누군가처럼. 오늘 저녁은 오랜만에 종대나 불러서 함께 먹어야겠다고 생각한 준면은 다시 가게 안으로 들어오는 루한을 보았다. 혹시 뭘 두고가셨나 싶어서 여기저기를 둘러보는데 돌아온 루한은 뜻 밖의 말을 했다.


"준면씨 아직 식사 전이죠?"

"네. 왜 다시 오셨어요?"

"준면씨 가게 문 안 닫아요?"

"아. 닫아요."

"그럼 저랑 저녁해요. 약속 취소됐거든요 방금"


지훈은 환한 웃음으로 준면에게 말했다. 준면은 의외의 말에 놀랐지만 어쩐지 친근하게 느끼고 있던 지훈과의 식사가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러겠노라고 대답하고 가게 정리를 한 후 루한의 차에 탔다. 


"준면씨 뭐 좋아해요. 한식. 양식, 일식... 아 중식도 있구나 말만해요."

"저기... 이런거 먹자고 해도 되는지 모르겠는데..."

"뭔데요. 괜찮아요. 말해봐요."

"비오는 날은 감자탕이...괜찮지 않나요?"

"아. 그거 좋네요. 우와, 뭔가 지금 딱 먹고 싶은거에요. 준면씨 역시.. 센스가 있어."

"아유... 뭐 그정도까지는... "

"아니에요, 아니에요. 꽃다발도 그렇고.. 매번 꽃다발 볼 때마다 감탄해요.  "

"애인분께서요?"

"아뇨. 사실 그거 애인주는거 아니에요. 저 애인없어요. 제가 우리회사 회장님 비선데... 회장님 사모님드린다고 회장님이 시키시는 일이에요."

"아.. 그랬구나."

"사모님께서 정말 좋아하신대요. 준면씨 센스 덕분이죠."

"고마워요. 그렇게 말해줘서."


지훈의 칭찬에 준면은 기분이 좋아졌다. 정말 꽃다발 하나씩 완성할 때마다 남 줄거지만 다 너무 소중하고 예쁜데 받는 사람이 저렇게 말해주면 준면은 행복감이 들었다. 한 10분쯤 걸려서 지훈과 준면은 안암에 있는 한 유명한 감자탕집으로 도착했다. 지훈은 가는 길에 갑자기 계단에서 넘어져서 다칠뻔 했다. 괜찮냐고 묻자 준면씨가 혹시 뒤에서 친거냐는 농담을 하며 준면을 웃게 했다. 



"우와. 이거 진짜 맛있다. 여기 준면씨 단골이에요?"


사실 이 감자탕집은 세훈과의 단골집이었다. 세훈이 떠난 후로 한 번도 온 적이 없었는데 어쩌다보니 지훈과 함께 이곳에 오게 되었다. 묘한 기분이었다. 종대랑도 올 생각을 못했는데, 오히려 자신의 사정을 잘 모르는 지훈에겐 오자고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비오는 날 감자탕을 먹는 것도 세훈의 취향이었다. "비오는 날은 감자탕이지" 하면서 늘 이곳으로 자신을 데려오곤 했다. '우와'를 연발하며 맛있게 먹는 루한의 얼굴을 보니 세훈이 생각났다. 그러고보니 좀 닮은 듯도 했다. 아니 많이 닮았다. 특히 저렇게.. 웃을 때 눈이 사라지는 모습은 영락 없었다. 왜 몰랐지? 어쩐지 처음부터 호감이 갔다. 거기까지 생각하다 준면은 깜짝 놀랐다. 그래서 뭘 어쩌겠다는 건지. 닮은건 그냥 닮은 것일뿐인데 지훈과 세훈이 닮았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부터 준면은 이상한 기분에 빠졌다. 음식을 먹으려 고개를 숙인 지훈이 고개를 들며 웃으면 세훈의 얼굴이 되었다. 준면은 고개를 저었다. 안될 착각이었다. 그리움이 커져 헛된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건 바보같은 짓이라고 생각했다.  


준면과 지훈은 저녁식사를 마치고 근처 까페로 이동했다. 가까워서 우산을 쓰고 갔는데 지훈이 준면 쪽으로 우산을 계속 기울여서 지훈의 어깨가 젖어들어갔다. 준면은 루한의 어깨를 발견하고 우산을 반대로 기울이려 했지만 지훈이 힘을 준 덕에 실패했다.

"지훈씨 미안하게 왜그래요."

"어짜피 키 큰 사람이 더 젖게 되요. 준면씨 오늘 제가 뽀송하게 집까지 모실게요."

"감사해요."

"별말쓰..아악"


까페 앞에 도착해서 준면은 먼저 까페의 차양안으로 들어오고 루한이 우산을 접으며 따라 들어오려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지훈의 우산이 뒤집어 지며 루한이 비를 뒤집어썼다. 

"괜찮으세요?"

"아. 진짜 오늘 왜 이러지."


루한은 눈에 빗물이 들어갔는지 눈을 찌푸리며 "저 눈물나요." 하고 틈새 농담을 하였다. 준면은 지훈이 생각보다 낙천적이고 능글맞은 성격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두 사람은 까페의 창가자리에 앉아서 음료를 주문했다. 루한은 홍차를 주문했고 준면은 망고아이스크림을 주문했다. 메뉴가 나오는 동안 두 사람은 이야기했다.



"준면씨는 애인 있어요?"

"....네"

"거짓말"

"네?"

"애인 있는 사람은 티가 나요. 근데 준면씬 금요일 저녁 이렇게 한번에 오케이하는 것부터 의심스럽죠."

"근데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요."

"짝사랑? 아.... 부럽다."

"뭐가요?"

"준면씨가 짝사랑하는 그 사람이요. 준면씨처럼 멋진 사람이 짝사랑도 해주고."

"정확히 말하면 짝사랑은 아니에요. 그 사람은 하늘나라에 있거든요."

"아.... 미안해요."

"아니에요. 사실 이런 얘기 어디 해본적이 없어서...지훈씨한테는 어쩐지 말하게 되네요."

"그거 제가 마음에 든단 말이죠?"

"지훈씨 좋은 사람같아요.."

"맞아요. 저 좋은 사람이에요. 그러니까 우리 친하게 지내요. 자주 이렇게 밥도 먹고."

"그래요. "



준면과 지훈은 그 뒤로도 끊임없이 대화를 했다. 누군가와 이렇게 대화를 해본적이 얼마만인지 의외로 주제가 끊이지 않고 대화를 이끌어가는 지훈에 감탄하던 준면은 어느덧 한바퀴 반을 돌아있는 시계를 보며 놀랐다. 



"지훈씨 벌써 11시에요."

"벌써요? 시간이 그렇게 오래됐는지 몰랐어요. 데려다 줄게요. 일어나요."

"원래 머리하러 가려고 했었는데. 내일 가야겠어요."

"준면씨 자르면서 염색해보는거 어때요? 준면씨 피부 하야니까 약간 붉은계열로. 잘어울릴것 같아요."

"그래요? 한번 생각해볼게요."


지훈과 준면은 일어나 가게를 나가려는데 갑자기 지훈 옆을 지나던 직원이 트레이를 놓쳐 딸간색 딸기 스무디가 지훈씨의 하얀셔츠 위로 쏟아졌다. 직원은 부리나케 사과를 하고 수건을 가져다 닦아주었지만 역부족이었다.


"준면씨. 머피의 법칙 그거 진짜 있나봐요. 저 오늘 왜 이러죠."

"그러니까요. 얼른 집에 가야겠어요."

"그러게말이에요."


그렇게 차를 타고 준면의 집에 도착했고 지훈은 내리려는 준면에게 전화번호를 물어봤다. 종대처럼 새로운 친구 생긴건데 뭐. 준면은 잠시 세훈을 떠올렸지만 이내 기꺼운 마음으로 지훈에게 번호를 알려주었다. 


"연락할게요."

"조심히 가세요."

" 그리고 이 꽃은 준면씨 드릴게요."

" 이러지 않으셔도 되요."

" 받아요. 그리고 전화 하면 전화도 받아주세요. 저 갑니다~."


 지훈은 손을 흔들며 갔고 준면은 집에 들어왔다. 얼마만의 꽃선물인지 준면은 꽃의 향기를 맡으며 조금 들뜨는 기분이들었다. '어짜피 줄 곳이 사라져서 준 것일테니 부담감은 가지지 않아도 되겠지. 친구된 기념이라고 생각해야겠다.' 여느때처럼 세훈의 사진을 보며 "세훈아 나 왔어" 하고 인사한 뒤 준면은 샤워하러 욕실에 들어갔다. 



세훈은 그런 준면을 뒤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오늘 하루종일 세훈은 준면을 따라다녔다. 거의 늘 그러는 게 일이다. 자신이 이 곳에 남은 이유가 바로 준면을 보겠다는 바로 그 단 하나의 이유였으니 당연한 처사였다. 준면은 평상시처럼 꽃집에서 라디오를 들으며 꽃을 만졌다. 그러다 긴 앞머리가 일하는데 방해가 됐는지 핀을 찾으러 선반으로 갔다. 세훈은 하늘 색 핀을 잡은 채로 계속 두리번 거리는 준면을 보았다. 아마도 무난한 검은색을 찾는 듯 했다. 하늘색이 더 귀여울 것 같은데. 세훈은 구석에 보이는 검은색 실핀을 슬쩍 바닥에 떨어뜨렸다. 준면은 결국 하늘색 머리핀을 했다. 한쪽으로 가르마를 타 머리핀을 하니 날라리 여고생같아보여서 웃음이 났다.
 

귀여워. 근데 그 새끼가 또 나타났다. 꼴에 보는 눈은 있는지 준면이한테 머리핀이 잘 어울린다는 둥 작업멘트를 날린 뒤 나가더니 다시 와서 준면이에게 수작을 걸었다. 준면이는 순순히 그를 쫓아갔다. 하늘이시여. 




세훈은 사실 이미 지훈에 대한 조사를 마쳤다. 주기적으로 준면과 만나게 되는 사람이면 모두 조사했다. 혹시라도 순진한 준면이를 이용하고 해하려는 누군가가 생길까봐. 다행히 아직까지 그런 일은 없었는데 저 지훈이라는 자가 준면이에게 관심있어보이는게 눈에 보여서 뒷조사를 했다. 신령인 자신이 뒷조사를 하는 것쯤은 일도 아니었다. 그냥 따라다니면 되니까. 자신도 루한이 좋은 사람이라면 준면의 곁에 그가 다가오는 것을 막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이 떠나기 전에 해야할 마지막 일은 준면이가 좋은 사람을 만나 편안하고 행복하게 해주는 일이었다. 그런데 자기가 따라다닌 결과 지훈이란 놈은 천하의 난봉꾼이었다. 이번엔 준면이 차롄가보지? 저렇게 사람 좋은 얼굴을 하며 준면이를 꼬여내다니. 뭐? 회장님심부름으로 꽃을 사? 루한은 매주 남자며 여자며 상대를 바꿔가며 불금을 보내는 이시대의 자유로운 젊은이였다. 꼴도 보기싫어서 넘어지게 하고 비 맞게 하고 옷에 얼룩도 만들었지만 그럴 때마다 걱정스런 표정을 하는 준면이 싫었다. 설마 벌써 그녀석을 좋아하게 됐다거나 하지는 않겠지. 



 준면의 옆을 평생을 지키는 사람. 그것은 이미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그래도 그의 곁에 머물게 될 누군가가 세훈은 벌써부터 질투가 났다. 어쩌면 지훈이 그런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고 자신은 기뻤는지 모른다. 그래서 맘 놓고 그를 괴롭히는 일을 합리화하는 것이다. 사실은 그가 준면을 웃게하는 일이 싫은거면서. 그 사람을 보는 반짝이의 눈의 준면이 아픈거면서. 특히 자신과 자주가던 감자탕집에 그를 데려가 그를 자세히 바라보던 준면이는 정말 보기가 힘들었다. 그의 외모가 맘에 드는 걸까.




 세훈은 자신의 이중적인 태도에 웃음이 났다. 그치만 지훈은 진짜 아니다. 준면의 옆에 머물게 될 사람은 그보다 훨씬 좋은 사람이어야 했다. 그리고 마음 속으로 이미 생각해둔 사람이 있다. 지훈에게 유치하지만 계속 이런 식으로 훼방을 놓아 준면이의 곁에 머무는 것을 방해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직접 준면에게 알릴 것이다. 오늘은 준면의 꿈에 나타난지 100일이 되는 날이다. 다시 그에게 찾아갈 시간이 돌아왔다. 다행히 그의 컨디션이 나빠보이지 않는다.



준면은 씻고 돌아와 누웠다. 빗소리는 여전했다. 세훈이는 비 오는 날 좋아했는데. 자기는 비가 얄미워 그 사실도 잊고 있었다. '세훈이는 너를 좋아했는데.... 너는 왜 세훈이를 지켜주지 않았던 거야. 야속한 비야.' 준면이는 오늘 지훈과 함께한 저녁시간이 즐거웠지만 어쩐지 준면은 눈물이 났다. 세훈에게 미안해서 그렇다거나 한건 아니다. 세훈이에게 미안할 만한 일은 없었다. 그냥 세훈이가 그리우니까. 그냥 갑자기 이렇게 눈물이 나는 건 낯선 일이 아니었다. 


세훈아.. 하늘에서 내 생각 자주해? 난 니 생각 매일해... 


보고싶어. 너무....



준면은 그렇게 잠이 들었다. 


세훈은 준면에게 다가가 준면의 머리칼을 쓸어넘겼다. 설마 진짜 그 사람이 말한대로 염색하고 그러진 않겠지. 세훈은 준면의 몸 위의 이불을 걷고 준면의 몸 위로 자신의 몸을 겹쳤다. 그리고 준면의 입술을 찾아 입을 맞췄다. 그리고 자신의 영혼을 흘려 준면의 안으로 들어갔다. 



"준면아....준면아 일어나 나왔어..."


준면은 누군가 자신을 불러 잠에서 깨어났다. 그리고 눈을 뜨자 보인건 자신을 내려다 보는 세훈이었다. 


"세훈아.."


준면은 일어나 세훈을 끌어안았다. 넓은 어깨 판판한 가슴. 너무도 선명한 세훈의 느낌이었다. 



"세훈이야? 진짜 세훈이야?"

"응... 나왔어. 준면이 잘 지냈어?"

"몰라... 알면서 그런거 묻지마..."

"우리 애기.. 또 운다. 진짜. 맨날 기껏 찾아오면 울기만 하고. 오지 말까봐."

"안돼. 잘못했어. 나 안울어. 세훈이 매일 와. 매일 나 보러와."



세훈은 다급하게 쏟아지는 말을 하는 준면을 떼어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진짜 자신을 보는 준면이었다. 매일 준면을 바라보아도 이렇게 자신을 보는 준면의 눈은 이 때만 볼 수 있어 너무 소중했다. 자신의 말을 듣고 자신을 만질 수 있는 준면이라니. 허락된 모든 감각을 동원해 준면을 느끼고 싶었다. 준면인 금새 온통 얼굴이 젖어서 자신의 얼굴을 쓰다듬고 있었다. 바보야. 올 때마다 이렇게 울어. 



"안돼. 너 아파 그러면.."

"아파도 돼. 나 진짜 아파도 돼. 매일 와 세훈아.."

"그냥 팔 다리 부러지는 그런게 아니야.. 니 영혼이 다친단 말이야."

"뭐가 됐든 다 괜찮단 말이야.."

"스읍, 혼나."



세훈은 다시 준면을 끌어안았다. 우리 준면이.. 이쁜 내 애인. 니가 아프면 나는 더 아파. 유령이 되어도 그건 마찬가지다. 절대 그럴 수 없어. 100일이 다 되었어도 준면이의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귀접을 시도할수도 없었다. 


"애기야.. 나 애기 입술.."


세훈은 준면의 얼굴을 두 손으로 잡고 입술을 겹쳤다. 자신에게 다급하게 다가오는 준면이 좋았다. 나도 급해. 나도 니가 급해 준면아. 아마 이렇게 준면을 찾아오는 건 마지막일 것이다. 더욱 소중히 준면을 아껴줘야 했다. 세훈은 준면의 몸 구석 구석에 입을 맞추고 준면을 정복해갔다. 준면은 자신의 입술 하나하나에 작은 몸을 떨어오며 반응했다. 


"애기야. 준면아. 그 사람 안돼."

"응?"

"그 사람 안돼."

"서지훈? 세훈이 진짜 나 다 보고 있어?"

"응.. 말했잖아 전에도. 나는 준면이 다 보고 있어...밥 좀 제때제때 먹고."

"진짜 매일 보는 것처럼 말해..."

"매일 만나니까 바보야."

"지훈씨는 그런거 아니야..좋은 친구야"

"친구는 개뿔. 뭐가 그런거 아니야.. 하여간 안돼."

"응응. 나는 세훈이뿐이야."

"이제 그것도 안돼."

"아니야.. 세훈이 뿐이야."

"내가 좋은 사람 만나게 해줄게"

"그게 무슨...으흥."




세훈은 준면의 안으로 들어가 준면의 모든 감각을 뒤 흔들었다. 그리고 자신의 몸짓에 따라 흔들리는 준면을 놓치지 않고 바라보았다. 




"사랑해... 사랑해 준면아."

"응 나두 세훈이 사랑해.. 매일매일 사랑해.."

"나도 준면이 매일매일 사랑해.."




세훈은 자신이 울고 있다는 걸 알았다. 마지막이었다. 이렇게 준면을 만나는 건. 우리 애기. 아프지 말고. 내 생각 조금 덜 하고. 아예 잊지는 말고. 그럼 내가 너무 슬프니까. 


그렇게 함께 그들은 절정을 맞았고 세훈은 자신의 몸을 준면에게서 빼내었다.





"세훈아... 이거 근데 꿈이야?"

"응 꿈이야..."

"아냐..거짓말이야...꿈 안같애...근데 너무 졸려 잠들면 안되는데"



세훈은 준면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준면의 손에 깍지를 꼈다. 



"그냥 자.... 나 옆에 있어.."

"안되는데..."

"근데 준면아.. 너 머리 갈색으로 염색해.."

"응??"


잠들지 않으려 눈에 힘을주던 준면은 얼마 안있어 잠들었고 그런 준면을 찬찬히 바라보다 세훈이는 다시 준면이가 볼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아침에 일어난 준면은 젖어있는 자신의 속옷을 발견했다. 몽정인가. 사춘기 소년도 아니고. 간 밤에 세훈의 꿈을 꾸었다. 세훈이는 가끔 꿈 속에 나왔고 꿈을 꿀 때마다 거의 그와  관계를 맺었다. 선명한 감각이었다. 아마도 자신은 변태인가보다고 준면은 생각했다. 근데 무슨 꿈 속에서 세훈이가 갈색으로 염색을 하라고 했던거 같은데.... 웃기다. 무슨 세훈이가 그런 얘기를 했겠어. 준면은 세훈의 꿈을 꾼 걸 감사하며 기쁜 마음으로 몸을 일으켰다. 창 밖을 보니 날이 화창했다. 장마의 끝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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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화요비의 맴맴돌아... 이거 세훈이 이야기 같아요.... ㅠoㅠ



듣고 있나요
늘 그댈 불러봐도
기척없는 바램일 뿐이죠
울고있나요
너무도 아픈 사랑
이렇게 남아 그대 곁을 맴도네요
나를 볼까요
단 한번만이라도
사랑은 약속처럼
지켜질순 없나봐요
듣고 있나요
수없이 외쳐봐도
그대 있는곳까진
너무 멀어 닿지 못해요


더는 바라지 않을께요
다 없는거니
그저 못다한 마음이
시리고 안쓰러워
가질 못해 
나를 볼까요
단 한번만이라도
사랑은 약속처럼
지켜줄수는 없나봐요
듣고 있나요
수없이 외쳐봐도
그대 있는곳까진
너무 멀어 닿질 못해요
내가 있는 곳까진
너무 멀어 닿을수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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